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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워킹스페이스

코워킹 스페이스가 지역 커뮤니티에 미치는 긍정적 변화

건물이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공간을 통해 관계를 다시 짭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더 이상 ‘프리랜서를 위한 책상’ 정도로만 인식되지 않습니다.
특히 소도시와 지방에서는 이 공간이 가진 역할이 훨씬 더 깊고,
지역의 사람, 관계, 활동, 심지어는 자기 자신과의 연결 방식까지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역 커뮤니티는 오래도록 ‘닫힌 관계망’과 ‘고정된 역할’ 속에 있었지만,
코워킹 스페이스가 등장하면서 이 흐름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균열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였고,
그 안에서 새로운 연결, 느슨한 소속, 공동의 기획, 정서적 확장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어떻게 지역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일반적인 경제적 가치나 고용 창출을 넘어서,
공간이 관계 구조 자체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네 가지 관점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

코워킹 스페이스는 ‘지나가던 관계’를 ‘머무는 관계’로 바꿉니다

지역 커뮤니티의 가장 큰 특징은 관계의 ‘정형성’입니다.
주민 대부분은 같은 동선을 반복하고, 같은 얼굴을 자주 마주치지만
그 관계가 새로운 협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 이유는 ‘만남의 구조’가 없기 때문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등장하기 전,지역 내에서 타인과 협력할 기회는 대부분

 

행정기관의 프로그램

종교 단체

교육기관의 모임

가족 단위 중심 활동
이 네 가지 범주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진입장벽이 높거나사적인 영역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이 틀을 깨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평창에 있는 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지역 소상공인, 작가, 관광 해설사, 청년 창업자, 외부 리모트 워커가
서로의 얼굴을 모르고 지냈지만,
매주 수요일 열리는 자율 브런치 테이블을 통해 ‘우연히 얼굴을 트고, 자연스럽게 일로 연결’되는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공간의 가치는,단지 앉을 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던 관계’를 ‘머무는 관계’로 바꾸는 물리적 조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데 있습니다.
지역에서 ‘관계가 시작될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주는 일이야말로
코워킹 스페이스가 커뮤니티에 주는 가장 첫 번째이자 핵심적인 변화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고정된 역할 구조’를 유연하게 해체합니다

지방 커뮤니티의 관계 구조는 보통 ‘누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구는 공무원, 누구는 학부모, 누구는 식당 사장, 누구는 이장님.
이렇게 일단 역할이 정해지면 그 사람에 대한 기대와 행동 반경도 고정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이러한 고정된 역할 구조가 자연스럽게 해체됩니다.
왜냐하면 이 공간 안에서는직업, 나이, 소속보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전북 남원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65세의 한 농민이 ‘디지털 마케팅 배우기’라는 무료 클래스에 참여했습니다.
처음엔 모두가 놀랐지만,그분은 “고추 농사를 지으면서 블로그로 판매해보고 싶다”고 말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30대 프리랜서가 자발적으로 블로그를 함께 구축해주었습니다.

이 사례는 코워킹 스페이스가‘이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다’라는 지역 내 통념을 무너뜨리고
개인의 가능성을 다시 보게 만드는 장면을 만들어준 것입니다.

공간은 중립적이지만,그 중립성이 관계를 자유롭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자유로운 관계 속에서지역 커뮤니티는 더 다양한 협업과 재해석의 가능성을 가지게 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공동 기획’을 일상으로 만듭니다

지역 커뮤니티의 가장 큰 한계는
‘누가 주최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구조입니다.
예: 행정이 예산을 잡아야 하고,
학교가 행사를 열어야 하고,단체장이 먼저 말해야만 움직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등장하면이 구조에 변화가 생깁니다.
공간 자체가 공공기관은 아니지만,누구나 작은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실행할 수 있는 ‘실행 기반’의 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자문했던 충남 공주의 한 공간에서는
입주자 중 한 분이 “매달 서로의 관심 책을 교환하는 날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고,
운영자는 특별한 절차 없이작은 코너를 마련해주며 그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3개월 동안 100권 이상의 책이 교환되었고,
결국 공공도서관과의 협업 제안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코워킹 스페이스는기획자, 행정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작은 공공’을 만들 수 있는 실험실입니다.

이런 실험실적 기능은지역 커뮤니티에 스스로 기획하고, 스스로 실현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자율적 경험을 부여합니다.
이러한 자율성은 점점 지역 전반의 참여도를 끌어올리고,
커뮤니티의 생명력을 점차 높이는 순환 구조로 이어집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외부인과 지역인’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합니다

지방 도시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외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과
원래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간의 정서적 단절입니다.
양측 모두 “관심은 있지만 접점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코워킹 스페이스는 매우 자연스러운 ‘관계의 다리’ 역할을 합니다.
왜냐하면 이 공간은 ‘일’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외부인도 지역인도 정체성 대신 ‘행동’을 매개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경북 김천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지역 청년과 서울 출신의 디자이너가서로 커피 머신 앞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브랜드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지역 농협과 연계되어
작은 브랜드 런칭으로 이어졌고, 이후 지역 홍보 사업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코워킹 스페이스는 관계를 억지로 만들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행동을 공유하는 접점을 만들어줄 뿐입니다.
그 접점 위에서 관계는 자연스럽게 생기고,
지역은 내부인만의 공간이 아니라, 외부인을 환대할 수 있는 유연성을 얻게 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관계 구조를 재구성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입니다

지방 소도시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는
단지 ‘일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 공간은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정서적 거리와 역할 간 경계,
심지어는 내부와 외부의 이질감까지도 녹이는 플랫폼
입니다.

이번 글에서 말씀드린 네 가지 긍정적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나가던 관계를 머무는 관계로 바꿔줍니다

고정된 역할 구조를 유연하게 해체합니다

작은 공동 기획을 일상화시킵니다

외부인과 지역인을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결국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연결을 다시 짜는 구조’입니다.
그 구조가 지역 커뮤니티 안에 자리 잡으면
단지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관계의 밀도, 대화의 질, 협업의 빈도, 지역의 생명력 자체가 변화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소도시의 공허한 골목 어귀에누군가의 책상 하나, 커피 한 잔, 작은 회의가 열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그것은 곧 지역 커뮤니티에 새로 짜인 에너지 흐름 하나가 시작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