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스페이스

지방 코워킹 스페이스 운영자가 말하는 생존 노하우

dy-news 2025. 7. 22. 13:12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는 일입니다

요즘은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도시든 지방이든, 다양한 형태의 공유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고
리모트 워크, 1인 창업, 디지털 노마드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인프라로서
그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워킹 스페이스를 지방에서 직접 운영해 본 사람이라면,
“운영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됩니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홍보보다,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감각이 훨씬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이 글에서는 지방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직접 운영한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생존 노하우’ 네 가지를 담아보았습니다.
이는 어떤 블로그나 책에도 없는, 현장 속에서 체득한 현실적 전략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 건물

코워킹 스페이스의 수익은 ‘입주자’가 아니라 ‘흐름’에서 나옵니다

많은 분들이 코워킹 스페이스의 수익 구조를 단순히
‘고정 입주자 × 월 이용료’ 공식으로 생각하시곤 합니다.
실제로도 초창기에는 저도 그렇게 계산했습니다.
예: 한 명당 월 15만원 × 10명 = 150만원의 수익 → 월세/공과금/운영비 커버 가능?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지방에서 10명의 고정 입주자를 확보하는 일은 도시에 비해 훨씬 어렵고,
계절에 따라, 지역 행사 일정에 따라, 이동률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고정 수익을 기반으로 삼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습니다.

그러던 중 깨달았던 핵심은 바로 이겁니다.

 

지방 코워킹 스페이스의 생존은 ‘지속되는 흐름’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흐름은 꼭 입주자가 아니어도 됩니다.
오히려 가벼운 방문자, 주 1회 오는 지역 창작자,
한 달에 두 번 강의하러 오는 외부 강사,
자주 머무르진 않지만 공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잦은 들락거림’이 핵심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수익 모델을 이렇게 바꿨습니다:

 

정기 입주자 30%

공간 대관 수입 25%

클래스/이벤트 수익 20%

지역 협업 프로젝트 운영비 15%

카페형 운영 수익 10%

 

이 구조는 누구 하나가 빠져도 공간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구조였고,
덕분에 계절이 바뀌거나 행사가 없어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습니다.
수익은 ‘머무는 시간’보다 ‘계속 연결되는 사람’에게서 발생합니다.
이 흐름을 만드는 것이 생존의 첫 번째 노하우입니다.

공간 분위기는 가구가 아니라 ‘운영자의 감정 상태’에서 나옵니다

공간 운영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무척 긴장돼 있었습니다.
입주자가 없을까 불안했고, 하루 방문자가 3명뿐이면
괜히 내 공간이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SNS에 글을 더 올리고, 전단지를 만들고, 디자인을 고치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공간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공간에 있는 사람이 분위기를 만드는 것 아닐까?”

이후로 저는 저 자신의 ‘감정 상태’와 ‘말투’에 훨씬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피곤하거나 무뚝뚝한 날은
입주자도 조용히 일만 하고 금방 퇴실하곤 했습니다.
반대로 제가 기분 좋게 커피를 건네며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날은
짧게 방문한 사람들도 30분 이상 머물다 가곤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패턴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오늘 이 공간의 분위기’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의 핵심은 운영자의 얼굴과 말투, 그리고 ‘존재감’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 두 번째로 중요한 전략은
운영자의 감정 위생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나의 피로가 고스란히 공간 전체에 퍼지지 않도록,
하루 5분이라도 산책하거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며,
운영자 자신이 ‘기분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소도시 코워킹 스페이스의 ‘공기’를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홍보보다 ‘기억에 남는 순간’ 하나를 만드는 게 낫습니다

처음에는 SNS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해시태그를 정리하고, 매일 포스팅을 하고,
지역 인플루언서에게 체험도 제안해봤습니다.

하지만 홍보 글은 대부분 금세 묻히고,
정작 공간을 찾는 사람들은 “친구가 한번 갔다 왔는데 괜찮다고 해서” 오거나,
“예전에 지나가다 커피 향이 좋아서 기억에 남았어요”라는 식의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 공간은 ‘노출’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기억’으로 살아남는 곳이구나.

그래서 저는 매달 한 번씩 아주 작은 순간을 기획했습니다.
예를 들어,

 

3월에는 입주자 이름이 적힌 손편지를 작은 엽서에 써서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6월에는 “올여름 바라는 일 한 가지”를 적는 소원을 걸 수 있는 작은 벽면을 마련했습니다.

11월에는 다 같이 김장김치를 나누고, 입주자에게 김치 반 포기를 선물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그 순간에 머문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그 기억이 그 사람의 입을 통해 전파되곤 했습니다.지방은 ‘정보’보다 ‘기억’이 더 강력하게 퍼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세 번째 생존 노하우는광고 대신 기억에 남을 경험을 한 번이라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 기억이 다른 공간에는 없는 ‘무형의 자산’이 되어 돌아옵니다.

손익계산서보다 먼저 챙겨야 할 건 ‘혼자 하는 방식’입니다

소도시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혼자서 다 하는 일’입니다.
계약도 직접, 청소도 직접, 커피도 직접 내리고, 이벤트도 직접 기획하고
한 명의 운영자가 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모든 걸 혼자 하다 보면
운영자 자신의 에너지가 금방 소진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창업 8개월 차에 소위 ‘공간 번아웃’을 겪었습니다.
오전엔 웃고 있었지만, 퇴실 후 사무실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지쳐 있었죠.

그 후 저는 ‘혼자 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금요일은 ‘무조건 무계획 데이’로 지정해 아무 일정도 만들지 않았고,

한 달에 한 번은 동네에 사는 프리랜서 친구에게 ‘1일 스태프’ 역할을 부탁해
하루 동안 커피나 인사 응대를 맡겨 보기도 했습니다.

월말에는 나 혼자 공간에서 음악을 틀고 책만 읽는 비공개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런 루틴은 눈에 보이는 수익을 만들진 않았지만,
운영자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생존 전략은 이겁니다:

 

공간을 운영하기 전에, 자신을 운영하는 방식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와 감정, 생활 루틴을 안정화하는 운영 시스템이 없으면
공간도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운영자가 지치면, 공간은 반드시 멈추게 되어 있습니다.

지방 코워킹 스페이스 생존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지방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한다는 건
단순한 공간 사업이 아닙니다.
그건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를 지키며, 자기 자신을 버티는 일입니다.

 

수익을 만드는 건 입주자 수가 아니라 ‘지속되는 흐름’이고,

공간 분위기를 만드는 건 가구가 아니라 ‘운영자의 감정 상태’이며,

마케팅보다 중요한 건 ‘기억에 남는 순간’ 하나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운영자가 지치지 않는 방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는 외부에서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 공간을 1년 이상 유지한 운영자라면 결국 이 네 가지가 생존을 결정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지방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하려는 분들,
지금 운영 중인데 방향을 잃은 분들께
이 글이 현실적인 나침반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