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스페이스

코워킹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지역 일자리 구조

dy-news 2025. 7. 28. 20:13

지방 일자리의 형태는 이미 바뀌고 있었습니다

지방 소도시에서 “일자리가 없다”는 말은 이미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습니다.
청년들은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농사나 전통 제조업, 혹은 일용직에 기대어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지방의 일자리 구조는 보이지 않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코워킹 스페이스가 조용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업무 공간이었던 코워킹 스페이스가 점차 지역의 새로운 경제 활동이 일어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
그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변화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프리랜서 몇 명이 자리를 잡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창업이 생기고, 디지털 기반의 외부 일거리가 유입되고, 공간을 중심으로 협업과 정보가 교차되며 전통적인 ‘고용 중심 구조’에서 관계 기반의 ‘생계 네트워크 구조’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지방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제조업 약화 같은 흐름 속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는 단순한 대안이 아닌
지역 고용 생태계 자체의 구조적 실험장으로 기능하기 시작했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와 지역 일자리 구조

 

일자리의 개념이 ‘고정된 고용’에서 ‘유동적인 프로젝트’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이 곧
공장, 공공기관, 병원, 학교 같은 고정된 기관에 소속되어 매달 월급을 받는 구조를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이 다양한 형태의 소득 활동을 병행하는 구조가 실제로 지역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이 전환의 출발점입니다.
왜냐하면 공간 안에서의 활동이 고정 고용이 아닌,
단기 프로젝트, 협업 기반 의뢰, 디지털 노마드의 재능 거래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충북 제천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입주자 중 세 명이 서로 다른 업종 디자인, 영상 편집, 마케팅 기획에 종사하지만,
매달 하나 이상의 지역 브랜드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합니다.
그리고 이 협업은 누군가를 고용하는 구조가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로 유연하게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지역 농가나 작은 카페, 공방에서 이들을 통해 브랜딩을 받고,
그 대가로 일정한 비용을 지급하거나 물물교환 형태의 계약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일자리=직장’이라는 개념을 무너뜨리고,

‘일자리=연결된 일감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코워킹 스페이스는
누군가에게는 일거리의 시작점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가진 기술을 교환할 수 있는 장터이며,
누군가에게는 지역과 연결되는 유일한 접점이 되는 셈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비공식적 고용 생태계’를 촉진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비공식적 고용 생태계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공식이란, 사업자 등록이나 고용 계약이 없더라도
일이 오가고, 소득이 발생하고, 관계 속에서 기회가 열리는 구조를 말합니다.

지방에선 오히려 이런 비공식 구조가 더 잘 작동합니다.
왜냐하면 행정 절차나 시스템 기반보다는 ‘서로 아는 사람을 믿고 맡기는 방식’이 훨씬 더 빠르고 유연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전남 해남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선 지역 고등학생이 여름방학 동안 코딩을 배우러 출입하던 중,
입주한 웹 개발자에게 자발적으로 프로젝트 보조를 시작했습니다.
정식 계약이 아닌 자발적 활동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은 이후 외부 개발 회사에서 비대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실제 첫 수익도 그 공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사례는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형식 밖의 일거리 흐름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또한 코워킹 스페이스는 ‘누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일을 만들고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지방의 특성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높은 행정 장벽

창업을 시도하기엔 부담스러운 고정비

일의 수요는 있지만 플랫폼이 없는 상황

 

이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는 작은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일을 시도하고, 자신의 기술과 자원을 교환하며,
공식 시스템이 갖추지 못한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이죠.

 

 

공간 기반 일자리 생태계의 미래 ‘기술+관계+장소’가 결합된 모델

미래의 일자리는 단순히 디지털화나 원격 근무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기술, 관계, 장소 이 세 가지가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일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바로 이 세 가지 축이 맞물리는 장소입니다.

기술은 입주자의 전문성으로 채워지고, 관계는 공간 안의 교류를 통해 자라며,
장소는 지역의 자원과 연결되어 새로운 형태의 일거리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강원 정선의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디지털 전환 컨설팅을 하는 입주자와,
지역 시장 상인회, 고등학교 교사, 청년 공방 운영자가 함께 ‘상설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누구 하나가 고용을 제공한 게 아니라, 각자의 기술과 관계를 활용해 ‘함께 일거리를 만드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소도시나 중소도시에서는 전통적인 고용 시스템이 붕괴되었고 젊은층의 직장 기반 정착이 어려우며

외부 자본 유입보다는 내적 재구조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 배경 속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는 단지 업무 공간이 아니라, 지역 일자리 구조의 새로운 회로이자,
작은 경제 엔진이자, 사람들의 기술과 일상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지방 일자리의 ‘현실적 대안’이자 ‘구조적 전환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코워킹 스페이스는 더 이상 도시의 여유로운 프리랜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이제는 지방의 일자리 생태계를 현실적으로 재편하는 구조적 전환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직장이 아닌 여러 개의 프로젝트로 고용보다 협업 중심의 연결로 전통적 공간이 아닌 유연한 플랫폼으로

지역의 일자리는 점점 더 분산되고, 유동적이며, 자율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는 공간 그 이상의 가치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아직 작고 조용하지만, 지역 경제와 사회 구조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가장 유연하고 실현 가능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지방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단지 일자리를 늘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조를 회복해야 하며, 그 시작점은 지금도 조용히 운영 중인 코워킹 스페이스 안에서 이미 만들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