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스페이스

코워킹 스페이스로 지방살이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

dy-news 2025. 8. 1. 15:46

‘지방살이’라는 말이 설레게 들리던 순간들

지방살이라는 단어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정년 퇴직 후 귀촌하거나, 농촌 체험을 하러 가는 단기 체류 개념이 주였다면,
지금은 30대 직장인, 프리랜서, 크리에이터들이
능동적으로 선택한 삶의 방식으로 지방살이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 결정의 배경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습니다.
높은 주거비, 밀도 높은 인간관계, 잦은 회식, 무의미한 출퇴근 속에서
자기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된 사람들이
‘좀 더 느린 도시, 좀 더 단순한 환경’을 찾아 내려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방살이는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기존에 살고 있던 도시에서의 ‘생활 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에

 

생계

사회적 관계

정체성모든 것을 다시 설계해야 하죠.

 

이때 ‘코워킹 스페이스’는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공간은 단순한 사무실을 넘어서
“나는 이곳에서도 여전히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게 하는 장치가 됩니다.
또한 아무것도 연결돼 있지 않은 지역 안에서가장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지방살이를 시작한 사람들은
단지 공간을 쓴 것이 아니라,그 공간을 매개로 삶의 구조를 하나씩 다시 짜 내려가기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코워킹스페이스 집

서울을 떠난 디자이너, 강원도에서 다시 사람을 만나다

지금 강원도 속초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UX 디자이너는
2022년 봄, 서울을 떠나 속초로 내려갔습니다.
이전까지는 대기업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했고,
퇴근도 늦고 회식도 잦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디자인을 한다는 감각이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원래 속초에 별다른 연고도 없었고,
자신이 낯선 도시에서 오래 지낼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역 리모트 근무를 지원하는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속초에 있는 소형 코워킹 스페이스에 3개월 입주하게 됩니다.

그 공간은 크지 않았고, 회의실 하나, 공용 주방, 그리고 10개 남짓한 책상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그 디자이너는 그곳에서 다시 ‘사람과 연결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전에는 고객도, 동료도 다 온라인에만 있었어요.

그런데 이곳에선 농사를 짓는 사람도 오고,
여행 가이드북을 만드는 작가도 옆자리에서 일하더라고요.

이야기를 듣고, 직접 보고, 내가 디자인할 대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는 결국 지방살이를 연장했고,
현재는 그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브랜드 디자인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의 클라이언트와도 원격으로 일하며
이중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요.

이 사례는 단지 이주의 성공이 아니라,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매개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일과 연결, 정체성까지 바꾸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혼자가 아닌 삶을 원했던 영상 크리에이터의 경북살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30대 중반의 프리랜서 PD 한 명은
서울의 좁은 원룸에서 3년을 일했습니다.
브랜드 브이로그와 인터뷰 영상을 편집하면서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고,대부분의 대화는 온라인 댓글과 메신저로 이뤄졌습니다.

그는 어느 날“일은 잘 되고 있는데, 내 삶은 왜 이렇게 텅 비어 있지?”라는
내면의 질문에 부딪혔고,우연히 알게 된 경북 안동의 코워킹 스페이스로 1개월 워케이션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같이 점심을 먹는 사람들’,
‘편집 중에 옆자리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사람’,
‘함께 브이로그를 찍자고 제안하는 공간 운영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은 혼자 해도 괜찮았어요. 그런데 살아가는 건 혼자는 좀 어렵더라고요.

여기선 누가 말을 걸지 않아도, 누군가 있다는 게 느껴져요.”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서울의 집을 정리하고 안동으로 이주했습니다.
지금은 코워킹 스페이스 옆 동네의 낡은 집을 리모델링해
자신만의 편집 스튜디오를 만들었고,근처 청소년 미디어 교육도 겸하고 있습니다.

지방살이라는 말이 단지 ‘생활비가 싸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

삶의 온기를 되찾기 위한 공간적 재배치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삶의 구조를 바꾸는 방식

위의 사례들이 말해주는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지방살이의 시작점이 단지 ‘공간의 이전’이 아니라
‘일과 삶의 감각을 다시 회복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연결을 만들어주는 첫 접점이
바로 코워킹 스페이스였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방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가장 먼저 가는 공간이 병원이 아니라면,
대형마트도 아니고 부동산도 아니고,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조용하고 개방적인 공간이라는 것.
그건 매우 작지만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당신은 여기서도 일할 수 있어요.”

“혼자 있지만 혼자가 아니에요.”
“일은 계속되지만, 이제 삶도 같이 시작할 수 있어요.”

 

지방살이와 코워킹 스페이스는
이처럼 서로의 존재 이유를 보완하는 관계입니다.
하나는 장소의 이동이고,다른 하나는 연결의 재구성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지방살이를 꿈꾸게 될 것이고,
그 흐름 속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는 단순한 공간 이상으로
새로운 도시를 경험하고, 낯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자기만의 루틴을 재정립하는 플랫폼
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개인의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지방이라는 도시 자체를 ‘살아 있는 삶의 공간’으로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지방살이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으로 시작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로 지방살이를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가 말합니다.
“처음에는 공간을 찾았지만, 결국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고요.

그 말은 결국
지방살이의 본질은 저렴한 월세나 느린 풍경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감정적 여백과 연결의 가능성이라는 뜻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그 여백을 가장 조심스럽게 채워주는
‘작은 시작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을 통해
한 사람의 일, 관계, 감정, 정체성이 천천히 다시 회복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방살이에 대해
단순히 ‘이주했다’는 관점이 아니라,
‘살아냈다’는 관점에서 말해야 할 때입니다.
그 시작점에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다는 것은
이 작은 공간이 단지 사업이 아니라
누군가의 새로운 삶을 여는 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