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 스페이스 입지 선정, 왜 ‘소도시’가 유리한가
코워킹 스페이스의 본질은 ‘사람과의 연결’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새롭게 열려는 분들이 가장 먼저 고민하는 건 입지입니다.
보통은 인구가 많은 대도시,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
혹은 이미 유사한 공간들이 모여 있는 창업 특화 거리를 먼저 떠올리십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소도시나 지방 중소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본질은 사람과의 연결입니다.
단순한 책상 대여나 인터넷 제공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일을 하거나, 비슷한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과의 접점”을 제공하는 공간이죠.
그런데 대도시는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관계 맺기’가 어렵습니다.
다들 너무 바쁘고, 공간이 많아 분산되어 있으며,
공간을 공유해도 마음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소도시는
처음 만난 사람과 쉽게 대화를 트고,
같은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빈도가 높고,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된 협업 기회도 더 자주 생깁니다.
즉, 작기 때문에 더 자주 마주치고,
그만큼 빠르게 ‘관계의 밀도’가 올라가는 구조를
소도시는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습니다.
임대료보다 중요한 건 ‘시간과 관계의 투자 효율’입니다
많은 분들이 코워킹 스페이스의 입지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비교하는 항목이 ‘임대료’입니다.
서울 강남에선 15평 남짓한 공간에 월세 수백만 원이 들 수 있지만,
경북 영주나 전남 곡성 같은 소도시에서는
비슷한 규모의 공간을 1/3 수준의 비용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공간을 채우는 데 드는 ‘시간과 감정의 에너지’입니다.
대도시에서는이용자를 모으기 위해 수개월간 광고를 돌리고,
수차례의 네트워킹 행사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열어야
그나마 고정 멤버 10명을 모을 수 있습니다.
반면, 소도시에서는첫 달에 지역의 청년 창업가 2~3명을 초대하고
그들과 함께 정기 모임만 잘 만들어도
자연스럽게 입소문으로 연결이 퍼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도시는 ‘좋은 공간이 생겼다는 소식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관심도 높고,
누군가 공간을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빠르게 주목을 받습니다.
즉, 마케팅에 드는 자원은 줄이고,
사람을 연결하는 감정적 에너지는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코워킹 스페이스 입지 선정에 있어
단순한 금전적 비교를 넘어서
운영자의 시간과 감정 노동의 총량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소도시는 ‘작은 성공’을 만들기 쉬운 곳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규모나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작은 성공 경험’을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는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작은 성공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첫 월정액 회원이 가입한 순간
첫 워크숍에 10명 이상이 참여한 날
첫 지역 매체에 소개된 기사
입주자들 간의 첫 협업 사례
이런 경험들이 반복될수록공간은 신뢰를 얻고, 사람은 모이고, 운영자는 지속할 힘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대도시에서는이러한 ‘작은 성공’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과 에너지가 상당합니다.
그 이유는, 이미 잘 만들어진 공간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해도기존 공간의 강력한 경쟁력과 비교당하기 쉽습니다.
반면, 소도시는 비교 대상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다른 공간이 없거나, 있어도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공간만의 시도’가 더 잘 부각되고,
소소한 시도도 ‘의미 있는 실험’으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전북 진안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주 1회씩 마을 주민 대상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운영했는데,
이게 지역 소식지에 소개되면서
중장년층 이용자까지 공간으로 유입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이 교육은 공간 운영자가 직접 준비한 것도 아니었고,
입주한 한 청년이 제안해서 시작된 것이었죠.
이처럼 작은 아이디어가 지역 속에서 빠르게 파급력을 가지는 구조,
그것이 바로 소도시 코워킹 스페이스의 입지 경쟁력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지역 생태계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이유
소도시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할 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지역 생태계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이나 부산에서는
창업자, 프리랜서, 콘텐츠 제작자, 예술인, 청년 이주자, 농업 창업자 등
각각이 따로 모여 활동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만큼 생태계도 세분화되어 있어
공간 하나가 여러 집단을 통합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소도시는 다릅니다.하나의 공간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전엔 원격근무를 하는 워커들이 이용하고,
오후엔 지역 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교실로 운영되고,
저녁에는 귀농인 대상의 마케팅 워크숍이 열릴 수 있습니다.
이런 다층적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이용자들이 서로를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같은 지역을 사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즉, 코워킹 스페이스는지역 안에서 일과 삶, 교육과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허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은대도시의 분절된 환경에서는사실상 실현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운영자 입장에서 봤을 때도이런 생태계적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단순한 공간 운영을 넘어서지역 변화에 참여하고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주는 요소가 됩니다.
그 자부심은 운영을 지속하는 가장 큰 동력이기도 합니다.
소도시 입지는 단순히 ‘저렴한 대안’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코워킹 스페이스의 입지를 선정할 때
‘소도시’는 단지 비용이 저렴한 대안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 중심의 공간 운영이 가능하고,작은 성공을 통해 큰 신뢰를 쌓을 수 있으며,
지역 생태계 안에서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소입니다.
대도시에서는 경쟁이 많고,
공간도 많고,관계는 느슨합니다.
하지만 소도시에서는경쟁이 적고,작은 시도도 주목받고,
사람들은 더 빠르게 연결됩니다.
그래서 지금,코워킹 스페이스를 준비 중이라면
다시 한번 이렇게 자문해보시길 권합니다.
“나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은가요?
아니면, 사람을 만나고 연결하고,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은가요?”
만약 두 번째라면,소도시는 당신의 입지로 아주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