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은 ‘전국구 콘텐츠’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요즘 많은 코워킹 스페이스가 오픈 초기부터 인스타그램, 브런치, 블로그 등을 활용해 전국 단위 마케팅을 시도합니다.
‘디지털 노마드’, ‘워케이션 거점’, ‘프리랜서 커뮤니티’ 같은 키워드와 함께
서울, 부산, 제주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의 브랜드 무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도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마케팅 성과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역은 지역의 속도로, 지역의 언어로, 지역의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소도시나 중소도시에서 코워킹 스페이스가 성장하려면 먼저 그 지역 주민들의 인식과 반응 구조를 파악해야 합니다.
예쁜 공간, 고급진 디자인, SNS에서 잘나가는 사진이
그들에게는 ‘멀게 느껴지거나’, ‘나와 관련 없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충남 보령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는 초기에는 인플루언서 중심 콘텐츠를 제작했지만,
정작 공간에 오던 사람들은 근처 관공서 근무자, 퇴근 후 글을 쓰는 교사, 지역 대학생이었습니다.
즉, 타겟팅과 커뮤니케이션 언어가 지역 정서와 어긋나 있었던 겁니다.
결국 마케팅을 다시 설계했고, 지역 사투리를 살짝 섞은 콘텐츠, ‘퇴근하고 책 한 권 읽는 공간’이라는 슬로건,
공간 이용자를 직접 인터뷰한 영상 등 지역 친화형 콘텐츠로 방향을 틀면서 입주율이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로컬은 전국구 콘텐츠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지역의 사람을 위한 말, 사진, 속도, 분위기를 갖춘 콘텐츠가 결국 통합니다.
마케팅보다 먼저 해야 할 일: 지역 사람들의 ‘공간 해석 방식’을 파악하라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거나 브랜딩하려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우리는 공간을 이렇게 쓸 수 있어요.”
“회의실도 있고, 강의도 열리고, 창업 멘토링도 가능해요.”
라고 외부에 설명하려 듭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지역 사람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먼저 이해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마을에선 코워킹 스페이스를 ‘조용한 카페’로 보는 사람이 있고,
어떤 지역에선 ‘젊은이들만 사용하는 동떨어진 공간’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르신들 눈에는 ‘뭔가 무서운 데’로 보이기도 하고요.
이처럼 공간이 만들어내는 인식은 지역마다 다르고, 심지어 같은 공간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케팅은 ‘내가 이 공간을 어떻게 보여주고 싶은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를 먼저 관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실제로 전북 정읍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는 초기엔 ‘1인 창업자를 위한 사무공간’으로 포지셔닝했지만
초반 이용자들을 인터뷰해 보니 대부분이
카페가 시끄러워서 오는 사람, 독서하려고 오는 사람, 하루 종일 혼자 있긴 외로워서 오는 사람이었습니다.
이후 마케팅 방향은 “생각 많은 사람들이 잠깐 머무는 공간”으로 전환되었고,
SNS 해시태그도 #조용한_오후, #혼자와도_괜찮아, #정읍에서_머무는_공간 등 정서 중심 언어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늘었습니다.
결론은 마케팅은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이미 느끼고 있는 감정을 잘 포착하고 전달하는 작업입니다.
그 감정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어야 마케팅이 제대로 작동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공간의 매력을 알리는 대신 ‘공간 안의 장면’을 공유하라
소도시에서 코워킹 스페이스 마케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공간의 컨셉이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배경이 약하다는 점입니다.
즉, “코워킹 스페이스가 뭐야?”라는 질문부터 다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입니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공간을 설명하려 들지 말고,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입주자가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모습
운영자가 직접 꽃을 꽂고 있는 순간
지역 중학생이 방과 후 노트북을 펴고 앉는 모습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정리된 회의실의 청결함
이런 장면 하나하나가 쌓이면 공간은 설명 없이도 브랜드가 됩니다.
사람들은 말보다는 장면으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경남 밀양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공간”이라는 브랜딩을 위해
공식 계정에 입주자의 얼굴이나 문구는 거의 올리지 않고,
아무도 없는 회의실, 손글씨로 적힌 캘린더, 커피잔 뒤로 보이는 해 질 녘 풍경 같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 결과,
“밀양이 이렇게 조용하고 감성적인 도시였나?”
“이 공간에서 나도 하루 정도 일해보고 싶다”는 메시지가 유입되었고
심지어는 인근 도시 프리랜서들이 하루 단위로 찾는 사례도 생겼습니다.
핵심은 코워킹 스페이스의 마케팅은 공간의 스펙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통해 감정적 공감대를 만드는 일입니다.
공간이 가진 따뜻함, 질서, 자유로움은 장면으로만 전달됩니다.
지역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가야 마케팅이 완성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전략은 공간 마케팅을 외부를 향해 발신하는 것만으로 끝내지 말고, 지역 내부 커뮤니티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지방에서 살아 있는 마케팅은 SNS나 블로그보다도 지역 사람들의 입소문, 자발적인 추천, 관계 중심의 확산에서 시작됩니다.
이를 위해선 운영자가 직접 지역 모임에 참여하고 마을 행사에 자원봉사를 하고 인근 상점 사장님들과 커피를 나누며
때로는 공간을 무료 개방하면서 지역 공동체와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전남 곡성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는 이런 방식으로 지역 자율방범대, 마을 이장, 청년 농부들과 관계를 맺었고,
그 덕분에 공간이 ‘젊은이들만의 공간’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신문, 지역 라디오, 면사무소 게시판 등 디지털 바깥의 커뮤니케이션 채널까지 활용하면서
진짜 의미의 지역 마케팅을 완성했습니다.
운영자가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여질 때 공간은 단순한 시설을 넘어서
지역 경제와 관계 구조 안에 뿌리내리는 브랜드가 됩니다.
결론은 마케팅이 아니라 ‘지역과의 대화’로 출발해야 합니다
소도시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브랜딩하고 마케팅하려는 모든 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마케팅은 보여주는 게 아니라, 들으려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
지역 주민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떤 공간을 필요로 하는지
사람들이 말없이 머물 수 있는 감정의 구조는 어떤지
이 모든 것들을 듣고, 관찰하고, 장면으로 정리하고, 그다음에 그 감각에 맞는 언어와 시각으로 말하는 것이
진짜 지역 기반 코워킹 스페이스 마케팅입니다.
화려함보다도 진심, 콘텐츠보다도 관계, 광고보다도 장면 하나가 훨씬 더 오래갑니다.
마케팅은 결국, 지역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그 대화가 잘 이뤄질수록 공간은 살아남고, 공간이 살아날수록 지역은 공간을 지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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