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코워킹스페이스

소도시 코워킹 스페이스, 수익보다 중요한 가치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존재 이유’를 가진 공간들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개념은 대체로 대도시 중심으로 이해되고 소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부산, 대구 같은 대규모 도시에서의 코워킹은
트렌디한 인테리어, 유료 멤버십, 프리미엄 커피와 함께
마치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지방이나 소도시에서는 이야기가 전혀 다릅니다.
인구 10만 명 이하의 도시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는
단순히 ‘일하는 곳’이나 ‘일하는 문화’를 상징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그 존재 자체가 지역 안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하나의 시도이자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실제로 필자가 방문했던 경상도의 한 중소 도시에는

오래된 폐업 상가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소규모 코워킹 스페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곳은 하루 이용객이 10명도 채 안 될 때가 많았지만,
주말마다 작은 브랜드 워크숍이 열리고,지역 청년 몇 명이 틈틈이 만나 창업 아이디어를 나누는 곳이었습니다.

외부인이 보기엔 수익성 없는 공간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운영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도시에 아직 누군가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공간이에요.

그게 제일 중요해요. 돈은 나중 문제고요.”

 

이 말은 단순한 미화가 아닙니다.
소도시의 코워킹 스페이스는 ‘계산보다 의지’를 먼저 증명해야 하는 공간입니다.
왜냐하면 그 도시에는 일하고 싶지만 공간이 없어서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할 수 있다’는 감정적 신호가 되기 때문입니다.

코워킹스페이스

 

코워킹 스페이스는 지역 인재의 ‘심리적 거점’이 됩니다

 

소도시에서의 코워킹 스페이스 운영은 대도시와 전혀 다른 성격을 띱니다.
대도시는 ‘경쟁적 생존 구조’에 기반을 두고 운영된다면,
지방은 ‘관계적 생태계 조성’에 더 가깝습니다.

이 차이는 공간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행동에서도 드러납니다.
소도시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단순히 자리를 얻기 위해 오는 경우도 있지만,
‘어딘가에 속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특히 지방 청년들에게는 이런 공간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괜찮은 선택지’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대도시에 올라가야만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충분히 성장 가능하다는 경험을 줄 수 있다면
그 공간은 단순한 작업실을 넘어서
심리적인 기반, 정체성의 일부가 됩니다.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이용자들의 심리적 니즈는
마케팅 데이터나 수익 모델로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코워킹 스페이스가 지역에서 수행해야 하는 가치의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지역 중학생들이 주말에 찾아와 유튜브를 찍고,
대학생들이 소규모 모임을 열고,외국에서 돌아온 프리랜서가 단기 입주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다층적인 관계는의도된 커뮤니티가 아니라 시간을 공유하면서 서서히 형성된 생태계이며,
그 안에서 자란 사람들은 ‘내가 있는 이곳에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됩니다.

수익보다 지속 가능한 ‘감정적 신뢰’가 더 중요합니다

많은 지방 코워킹 스페이스 운영자들은
매달 고정비를 맞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입주자 수는 항상 불안정하고,기업 유치나 공공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운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공간이 계속 운영되는 이유는
‘이 공간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오는 한 사람,주말마다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는 두 사람,
지역 이주민 모임을 여는 다섯 명이
공간을 유지하게 하는 진짜 원동력입니다.

이들은 비싼 요금을 내지도 않고,때로는 공간에 아무 수익도 남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기는 ‘신뢰감’은 돈보다 훨씬 큰 자산이 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 운영자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고민 중 하나는
“왜 우리는 이런 공간을 계속 해야 하지?”라는 내면의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내가 만든 이 작은 공간이 누군가에겐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실감입니다.

이건 수익을 올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동기입니다.
그렇기에 소도시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데 가장 필요한 자산은
초기 자본도, 트렌디한 인테리어도 아닌‘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그릴 수 있는 감정적 지속력’입니다.

소도시 코워킹 스페이스가 가져올 다음 10년의 변화

앞으로 10년 후, 우리는 어떤 일터에서 일하고 있을까요?
기술은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고,도시는 더 복잡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더 작고, 느리고, 연결된 공간을 원하게 될 것입니다.

소도시 코워킹 스페이스는 그런 시대의 전환을 미리 보여주는 실험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공간에서

 

로컬 브랜딩 워크숍,동네 기반 창작 수업,

마을 미디어 스튜디오같은 프로젝트가 코워킹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경제적 수익을 넘어서지역 자원의 재발견, 인간관계의 재설계, 삶의 방식 전환이라는
더 넓은 변화를 담고 있는 흐름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이제 공간의 이름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일과 삶을 만들어가는 연습장’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이런 공간이 지방에서 먼저 자리 잡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지역 재생의 실천이자,
미래적 일자리 생태계의 작은 시작점
이 될 수 있습니다.

수익이 전부가 아닌 공간이 만들어내는 삶의 가능성

소도시의 코워킹 스페이스는
수익을 목적으로 시작하기엔 너무 비효율적인 사업입니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 생겨나는 작은 연결,
의외의 협업,
심리적 안전감,
지역적 가능성

단순한 숫자로는 측정할 수 없는 가치들입니다.

이런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수익보다 사람을 먼저 기억하는 경영을 하고,
이용자들은
계약보다 신뢰를 먼저 주는 이용자가 되며,
지역 사회는
지원보다 존중을 먼저 보여주는 환경이 된다면,
비로소 소도시의 코워킹 스페이스는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진짜 ‘일터’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존재 이유’를 가진 공간들

소도시에서 코워킹 스페이스가 갖는 의미는 사실 존재 자체로도 특별합니다.
그 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공간이거나, 처음 생긴 민간 주도의 일 공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여기에도 이런 공간이 있어?”라고 반응하는 순간,
그 공간은 이미 지역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상징이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북 익산의 한 공간은 도심 외곽의 버려진 창고를 개조해 만들었습니다.
인테리어는 간소했고 고급 장비도 없었지만,
청년 2명과 지역에 정착한 디지털 노마드 한 명이
그곳에서 매주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결국 마을 브랜드를 런칭하기에 이릅니다.
그들에게는 공간의 품질보다, ‘어디서 시작할 수 있었는가’가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수익은 없었습니다. 월세만 겨우 내는 정도였지요.
하지만 그 공간을 거쳐 간 사람들은 말합니다.
“나는 그곳에서 내 생각을 진짜로 실현해볼 수 있었어요.”
이건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존재 이유의 증명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지역 인재의 ‘심리적 거점’이 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지방에서 의미 있게 작동하려면,
단지 공간만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도시에서야 수많은 선택지가 있으니
하나의 공간이 싫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소도시에서는 선택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하나의 공간이 실패하거나 불쾌한 기억을 주면
그 도시 전체의 창업 환경이 닫히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이유로 소도시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는
단순한 부동산이 아닌 정서적 거점, 즉 사람들의 창의성을 유지시키는
‘마음의 안전지대’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운영자가 사용자를 가족처럼 여긴다는 말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에서 지속 가능하고 일관된 반응을 주는 관리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이런 공간이 지역 학교와 연계되어
청소년들의 IT 교육, 영상 편집, 창업 실습 공간이 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쓰는 공간’이 아니라세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접점의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것이죠.
이건 단순한 공간 대여의 가치를 넘어서지역 사회 전체의 학습, 실험, 성장의 흐름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