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 스페이스 운영자들이 겪은 현실적인 문제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올 줄 알았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처음 준비할 때, 많은 운영자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무실 없는 프리랜서도 많고, 이제 리모트 워크도 확산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수요는 생기겠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간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오지 않습니다.
홍보를 해도 효과는 미미하고,
오픈 초기 며칠은 지인들의 축하 방문으로 북적이지만
일주일만 지나면 공간은 다시 조용해집니다.

많은 운영자들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생각보다 ‘필요하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실제로 오진 않더라고요.”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이용하려는 마음’과 ‘일상 속 루틴’이 일치해야만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방이나 중소도시일수록대부분의 프리랜서는 이미 집에서 일하는 루틴이 확고하고,
소규모 창업자들은 초기 비용 절감을 위해
가정집, 카페, 공유오피스가 아닌 무료 공간을 먼저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해도

그 말이 “지금 당장 돈을 지불하고 사용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공간을 연 후에야 비로소 체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운영자에게 아주 큰 현실적 벽이 됩니다.

고정 수익 구조가 무너지면서 생기는 ‘존버형 운영’의 고통

코워킹 스페이스는 겉보기에는 멋진 트렌드 공간이지만,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성 확보가 가장 큰 숙제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은 고정 수익의 부재입니다.

초기에는 이렇게 수익 모델을 상상합니다:

 

월정액 입주자 확보

일일 이용자 회전율

회의실 대여

커뮤니티 프로그램 수강료

지역 창업지원센터나 지자체와의 협약

하지만 실제 운영해보면

이 중 절반도 현실화되지 않습니다.
월정액 입주자는 매우 소수이고,
일일 이용자들은 불규칙하게 방문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습니다.
회의실은 있어도 예약은 거의 없고,
프로그램도 운영해보면 시간 대비 수익은 매우 낮습니다.

문제는 운영비입니다.
임대료, 관리비, 전기세, 비품 구매, 소모품,
그리고 가장 큰 변수인 ‘운영자의 시간’까지 합치면
매달 고정지출은 늘어나지만 수익은 들쑥날쑥합니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어떤 심리 상태에 빠지게 될까요?
바로 ‘존버형 운영’입니다.

“이번 달도 버텨보자.”

“다음 달엔 꼭 한 명만 더 들어오면…”
“어차피 계약은 2년이니까, 그때까진 일단 간다.”

이런 운영은 굉장히 피로하고 위험합니다.
특히 공간을 직접 관리하는 1인 운영자일수록,
정신적 소진이 수익보다 먼저 찾아옵니다.

“커뮤니티 만들기”라는 말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많은 코워킹 스페이스는
‘커뮤니티 중심’이라는 가치를 내세웁니다.
이용자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이고, 협업하고, 교류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그냥 공간을 연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운영자가 매주 네트워킹 모임을 열고,
점심을 같이 먹자고 제안하고,
같은 공간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걸어줘야
비로소 작은 연결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연결이 2~3번 이상 반복되어야
커뮤니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운영자의 감정 노동으로 귀결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는 무뚝뚝하고,
누군가는 너무 말을 많이 걸고,
누군가는 공간에 불만이 많습니다.
그 속에서 운영자는
‘적당히 거리 두되, 관심은 유지해야 하는’ 애매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더욱이 커뮤니티가 잘 되지 않으면
그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게 됩니다.

“내가 프로그램 기획을 못했나…”

“공간 분위기를 너무 방치했나…”
“사람들이 왜 안 붙는 거지…”

이러한 자기 의심은
코워킹 운영의 ‘보이지 않는 리스크’ 중 하나입니다.
커뮤니티가 잘 되면 만족감이 크지만,
잘 되지 않을 경우 그 모든 실패를 혼자 감당하게 되는 구조가
정신적으로 아주 무겁게 작용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 ‘공간 비즈니스’ 그 이상을 설계해야 합니다

결국 많은 운영자들이 이런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공간을 계속해야 할까?”

“내가 원하는 건 단순 임대업이었나, 아니면 무언가 더 큰 것이었나?”

코워킹 스페이스는 사실상 ‘공간 기반의 사회 실험’에 가깝습니다.
프리랜서, 1인 창업자, 예술가, 디지털 노마드, 청년 이주자 등
다양한 형태의 사용자들이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의 삶과 작업에 영향을 주는 실험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월세 수익으로는
이 공간의 의미를 오래 유지할 수 없습니다.
운영자는 이 공간을 통해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싶은지,
스스로 명확하게 정리해야만
긴 운영의 피로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공간은
지역의 청년 창업 생태계를 위해 공간을 운영합니다.
수익은 적더라도, 커뮤니티 리더를 키우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미래를 그립니다.

또 다른 공간은‘외지인 이주자들이 처음 발 딛는 중간지점’을 목표로 삼습니다.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적응하고, 말 걸고, 살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공간마다 비즈니스 모델보다 우선된 철학이 존재해야
운영자는 수익 외의 의미에서 버틸 힘을 얻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익도 안 나고, 커뮤니티도 느슨한 공간을
묵묵히 매일 열어야 하는 일이
점점 고통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간을 운영하는 일이 아니라, ‘관계의 에너지를 다루는 일’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한다는 것은
책상과 의자, 와이파이만 관리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건 어쩌면 전체 일의 10%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나머지 90%는사람의 동기, 연결의 리듬, 관계의 온도, 감정의 흐름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어떤 날은 사람이 없어 적막하고,
어떤 날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복잡하고,
어떤 날은 아무도 말을 안 해서 쓸쓸합니다.

이 모든 흐름을담담하게 바라보면서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코워킹 스페이스의 진짜 운영자입니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운영비가 부족하면 지치고,사람이 많아져도 진짜 연결이 없으면 허전한 것이
이 업의 본질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이 공간을 통해 삶이 바뀌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운영자에게 다음 달도 문을 열게 하는 유일한 이유가 됩니다.